화장품도 귀여워야 하는 시대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 10대. 나 역시 10대 때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화장품은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엄격한 교칙 속에서 학생으로써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화장은 입술화장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뜨거나 머리가 곱슬곱슬한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제가 가해지는데 반해 입술은 상대적으로 선생님들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가 쉬웠다. 너무 빨갛지만 않다면. 무엇보다 입술만 빨개도 사람이 좀 생기있어 보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점심먹고 난 후 자연스럽게 틴트를 돌려 바르고, 양치하고 나서도 틴트를 돌려바르고는 했다.
돈을 직접 벌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은 10대 시절. 특히나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그러니 엄마가 쓰는 비싼 화장품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가격이 저렴한 로드샵제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틴트같은 경우 일반 코스메틱매장에서는 기본 8,000-10,000원 이상 할 때 로드샵에 가면 3,000-4,000원으로도 구매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여러가지 로드샵 틴트를 거쳐 정착한 곳이 바로 < 에뛰드 디어달링워터젤틴트 > 였다.
성인이 된 지금은 로드샵제품을 거의 쓰지 않는다. 로드샵제품의 품질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돈을 벌게 되면서 선택지가 다양해진게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도 사용중인 로드샵 제품도 있다. 스킨푸드 파우더케이크 아이브로우나 페리페라 잉크 더 에리어 벨벳 틴트라인은 지금도 즐겨쓰는 화장품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SNS의 발달로 요즘 10대들은 내가 10대였을 때보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다. 지금 10대들은 어떤 화장품을 주로 쓰고 있을까? 내가 그때 그 시절 썼던 화장품이 지금도 인기가 있을까?
내가 < 디어 달링 워터젤 틴트 >를 쓰던 시절 패키징. 공주느낌이 나는 뚜껑이 포인트였다.
지금은 잘 새는 단점을 보완한 일자형 뚜겅으로 리뉴얼되었다.
그때 그 시절 대란템이 위상을 지키는 법
국민틴트의 변신
에뛰드 < 디어달링워터젤틴트 >는 괴물용량 (4.5ml / 평균 4ml전후)인데 반해 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유명해진 틴트이다. 거기다 뛰어난 발색력 덕분에 2010년대 당시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지속력이 좋지 않고, 다양해진 화장품 브랜드 수만큼 다양해진 틴트 종류로 인해 점차 잊혀져가던 틴트였다. 그랬던 < 디어달링워터젤틴트 >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2017 여름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고 출시된 아이스크림 틴트. 디어달링워터젤틴트라고 읽고 아이스크림틴트로 더 알려진 이 틴트는 등장하자마자 SNS를 휩쓸고 대란템에 등극한다. 아이스크림틴트가 기존 디어달링워터젤틴트와 다른점은 딱 한 가지였다. 화장품패키징. 하지만 10년 전 첫 출시된 디어달링워터젤 틴트는 10년 후 "2018 에뛰드 한 해 동안 주목받는 제품"으로 선정되며 국민틴트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7 여름한정판으로 출시된 디어달링워터젤틴트. 아이스크림모양 패키징이 특징이다
잼페이스 'Z세대 뷰티 보고서 (2020. 05)'에 따르면 Z세대가 많이 검색한 뷰티브랜드가 에뛰드하우스라는 결과가 나왔다(검색량비교 : 1위 에뛰드하우스 1만4594건 / 2위 클리오 9,211건 / 3위 3CE 7575건). SNS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지금의 10대들이지만, 스스로 돈을 벌기 어려운 10대들의 상황은 비슷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큰 것이다.
여러가지 화장품을 구매해보기 어려운 10대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입소문일 것이다. SNS뿐만 아니라 우리반 친구가 무엇을 쓰는지를 통해 유행이 일어나고 구매까지 연결될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10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위해선 화장품의 성능만큼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7 여름에 출시된 < 디어달링워터젤틴트 >는 가성비와 화제성을 모두 잡은 틴트였다. 귀여운 패키징에 자발적인 SNS공유가 일어났고, 많은 유튜버들이 빠르게 제품리뷰를 했다. 화제성, 가격, 비주얼 3박자를 모두 맞춘 제품의 등장이었다.
이제 아이스크림 틴트가 출시된 지 3년이 흘렀다. 아이스크림틴트가 아닌 기존 디어달링워터젤틴트 역시 아직까지도 가성비를 따지는 많은 10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윤정하 잼페이스 대표는 "Z세대를 주요 타켓으로 한 중저거 화장품 시장에는 영원한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틴트로 자리잡고 있는 디어달링워터젤틴트. 에뛰드의 국민틴트는 언제까지 국민틴트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지속력 부분이나 화장품이 새는 부분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지만, 디어달링워터젤틴트의 변화를 또 한 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 10대를 책임져준 틴트의 새로운 부흥을 다시 기다리며.
[참고자료]
- "Z세대가 많이 검색한 뷰티 브랜드는?…잼페이스, 'Z세대 뷰티 보고서' 발표"
(http://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4192)
- "학창시절 필통은 깜빡해도 교복 주머니에 꼭 넣어갔던 '추억의 틴트' 4(
(https://www.insight.co.kr/news/218791)
- "에뛰드하우스, 여름 립 메이크업 ‘워터젤 틴트’ 출시"
(http://www.consumerwi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752)
- [청소년기자단/기획] 10대 청소년의 화장대 ① : “저렴한 색조 화장품 선호”
(http://www.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