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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우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나요?

‌반려동물 1천만 시대

‌‌ 할머니댁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마당에 묶여 있는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더럽다며 마당에 묶인 나비를 만지는 나를 항상 제제하셨지만, 나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틈만 나면 마당에 나가 강아지를 쓰다듬고는 했다.

‌ 우리집에는 절대원칙이 하나 있다. 털 있는 동물은 집에 들일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이 원칙은 내가 고향집에서 독립하게 되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자유가 주어지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고민끝에 나는 랜선집사가 되기로 했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자유에 따른 책임감에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돈도, 시간도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 랜선집사의 삶도 몹시 바쁘다. 내가 매일 지켜봐야하는 반려동물들은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슴도치, 미니피그, 알파카, 토끼까지  한, 두 마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반려동물들을 지켜보고 있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어디까지가 반려동물인 것일까. 가축과 반려동물은 다른 것일까? 다르다면 이걸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일까? 

최근 < 나 혼자 산다 > 장도연편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된 반려동물 고슴도치.
시각이 거의 퇴화되어 후각으로 많은 걸 구분하고, 밀웜을 제일 좋아한다. 친해지는데 은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애완동물 시대에서 반려동물 시대로

 ‌사회나 문화의 변화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그때 사용한 '언어', 즉 어휘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더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 사전적인 정의로 보자면 큰 차이는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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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 개, 고양이, 새 따위가 있다.  (‌출저_표준국어대사전)‌ 
‌- 애완동물 :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 개, 고양이, 새, 금붕어 따위가 있다. (‌출저_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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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자로 풀어보면 단어의 뜻 차이가 확연히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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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 : 사랑애(愛) 희롱할 완(玩) / 인간이 사랑하고 가지고 노는 동물
- 반려 : 짝 반(伴) 짝 여(侶) / 함께 살아가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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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과거에 비해 오늘날에는 함께하는 동물들을 단순히 소유한다는 의미를 넘어 함께하는 벗, 즉 가족이라는 인식과 의미가 강해진 것이다. 동물과 관련된 법안에도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만이 사용되고 있다.

‌생활법령에 사용되는 단어가 모두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명시되어 있다 

 사실 지구상에 먼저 나타난 건 인간보다 동물이 먼저라고 한다. 동물이 살고 있는 세계에 인간이 출현하면서 두 존재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화석에 따르면 인류가 가장 먼저 길들여 생활한 동물은 개라고 한다. 당시 개들의 역할은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도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러다가 중세시대에 넘어오면서 반려견에게 부여된 역할은 사냥 및 집지키기의 의미를 넘어 '자랑'이라는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되게 된다. 경비견들은 구석기시대와 동일하게 외부인의 공격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귀족들의 반려견은 화려한 장식과 화려한 밥그릇 착장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 시종까지 거느리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개 팔자가 상 팔자'던 모습이랄까.

 21세기인 지금은 전세계 어딜가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가구의 70%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의 전체가구 1/4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처럼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집지키미, 자랑거리도 아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개, 고양이 이외에도 < 나혼자 산다 >에 나와서 유명해진 고슴도치, 유튜브 조회수 30-50만이 나오는 < 꿀꿀한 냥냥이 GGNN > 미니피그편 등 "이런 동물도 집에서 키울 수 있다고?" 라고 생각되는 각양각색의 반려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생활법령에 따르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은 모두 '반려동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짜 인간과 더불어살아갈 수 있느냐의 유무일 것이다.

‌여우는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을까?

 제일 처음 가졌던 의문으로 돌아온다. 여우는 반려동물로써 인간과 함께 지낼 수 있을까?

 ‌정답은 YES.

 ‌여우는 개(Dog)과에 속하는 동물로 애교가 많은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경우 생태적 습성이 맞는 환경이 필요한데, 인간이 사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제공해주는게 어렵다고 한다. 함께 살 경우 동물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함께살 수는 있지만 내가 여우가 사는 공간으로 갈 수 없다면 함께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반려동물 천만시대. 1인가구의 급증과 고령화 진행에 따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구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증가하는 가구수만큼 우리는 진짜 반려동물의 평생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만큼 유기동물 문제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반려동물들과 오래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진짜 가져야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시기가 아닐까. 랜선집사로써 충분한 준비를 마친 후 진짜 가족을 맞이한다면 우리 모두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반려동물, 발 맞춰 나아가는 법"
(https://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278)
- "반려동물vs애완동물 뭐가 맞아요?"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179)
- "현재 진행형인 반려 동물의 역사"
(http://www.gimhae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63)
- "(칼럼) 반려동물의 역사"
(http://www.mypet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84)
-‌ "[글로벌 트렌드] 싱글족·고령층 늘어난 中…반려동물 시장도 급성장"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6/412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