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디 작았던 옛날옛적, 할머니 댁에는 작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아기 진돗개처럼 생겼었는데, 귀가 접혀있었던 걸 보면 엄마, 아빠개의 종이 달랐던 모양이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한 나는 할머니댁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메리'에게 다가갔다. 물론 부모님은 좋아하지 않으셨다. 바깥에 줄을 메고 키우는 아이라 많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눈을 피해 메리를 열심히 안고, 쓰다듬었다.

 메리를 좋아했지만 내가 메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1년 중 단 2번, 설날과 추석 뿐이었다. 메리는 내가 못 보는 시간 동안 쑥쑥 컸다. 1년이 지나니 나와 비슷한 덩치가 될만큼 큰 메리였지만, 나를 보면 어김없이 아기였을 때처럼 두 발을 들고 환영했다. 너무 자라버려 한 번 쓰다듬기 무서울 만큼 날카로운 이빨도 가지게 되었지만 메리는 내 인기척만 나면 언제나 꼬리치며 나를 불렀다. 그게 너무 좋았다. 1년에 단 2번 보는 것인데도 어제 본 것처럼 벌새처럼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제 메리가 아무리 커도 내 허리정도밖에 오지 않을만큼 나 역시 많이 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너무 좋아 항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강아지 키우기. 이 핑계마저도 내가 독립을 하게 되면서 무색한 변명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럼에도 나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다. 부모님이 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했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궁금하다. 무한한 사랑만 주는 존재와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말이다.


나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면, 내 멋진 머리를 기억해줘!
환생동물학교

 동물들은 순수한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게 무슨 뜻인가 싶다가도 동물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해가 간다. 동물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는 행동이 다르니 동물과 인간의 환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사랑만 주고 떠나는 존재와 상처만 입히고 떠나는 존재의 환생이 같을 수 없겠지.

 이렇듯 사람과 동물은 사용하는 말도, 행동도 다른 존재이지만,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사는 모습을 보면 은근 비슷한 면모도 많이 찾을 수 있다. 특히 친구가 반려견 키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사람아이 한 명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사람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을텐데, 말을 알아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볼 때는 웃기기도 하면서 신기하다. 현관에서 친구의 신발을 입에 물고 집 안에 들어오다가 친구와 눈이 마주친 순간 눈이 커지면서 입에 문 신발을 놓치는 모습이라던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혼을 내면 눈치를 살핀다는 듯 동공을 이러저리 굴리는 모습이 꼭 아이가 잘못을 해서 혼나는 모습 같달까.


 그래서 우리는 자주 반려견과 살면서 반려견이 아닌 사람과 사는 듯한 느낌, 나와 평생 오래오래 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웹툰 < 환생동물학교 >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 중 동물의 환생, 그 중 '개'의 환생에 초점을 맞춰 사람과 반려견 간에 얽혀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과 한 평생 살아가는 반려동물. 강아지가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선 과거에 가졌던 동물의 습성을 잊어야 하는데, 과거의 기억은 모두 '주인'과 함께했던 기억으로 연결된다. 결국 이 < 환생동물학교 > 친구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 잊어야 하는 모든 기억은 '주인'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었다.

 ‌다른 동물반에 비해 유독 환생이 더뎠던 강아지반 친구들‌. 이 친구들이 다른 반에 비해 환생이 더뎠던 이유는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지내며 느꼈던 감정과 기억이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 다른 반 친구들은 빠르게 환생할 때 그저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좋다며 돌아다니던 친구들. 

‌ 반려견을 오래 키운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쉽사리 묻지 못하고 자꾸만 꺼내보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역시 반려견은 아무나 키울 수 없나보다. 이 웹툰을 보며 아직도 나는 순수한 친구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것을 느꼈다. 
 언젠가 나 역시 무한한 사랑을 오롯이 줄 준비가 되는 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