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서울에 갈 일이 생겨 급 떠나게 된 서울여행.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쉽게 마음이 안 먹어져 자주 가지 못하는 서울행. 마침 서울에 가야할 좋은 핑계가 생겨 겸사겸사 서울여행을 하고 왔다. 주어진 시간은 2박 3일. 2박 3일 동안 책갈피에 킵해두었던 장소들과 행사들을 빠르게 섭렵하고 돌아왔다. 이번 서울행의 주요 활동지는 힙한 책방이 모여있는 합정과 새로운 핫플들이 모여들고 있는 성수!


1일차 (행사, 전시)
2019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ol.7(코엑스) - 디즈니에니메이션특별전(DDP)

▶ 2019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ol. 7
 본격적인 서울여행의 첫 스타트는 작년부터 가고 싶었던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어마어마한 작가진(아티스트 840명)만큼 어마어마한 인파를 자랑하는 '서일페(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이기 때문에 입장 전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나는 서일페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후 굿즈를 쓸어오기 위해 총알을 장전해서 갔지만, 생각보다 많은 굿즈를 사지 못했다. 많은 작가님들이 모인 만큼 특색있는 작품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일러스트에도 흐름이라는 게 있는지, 서로의 캐릭터와 디자인이 많이 겹치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뚱냥이, 곰돌이, 아보카도 등). 굿즈구매보다 내가 많이 챙겨나온 건 작가님들의 명함과 스티커였다 (집에서 펼쳐보니 100장은 넘게 들고온 듯하다). 물론 인기있는 작가님의 부스는 들여다볼 수도 없을만큼 인산인해였다 (콰야, 명민호 작가님 등). 또 사람은 많고 볼 부스가 많다보니 한 줄을 훑고 나면 나머지 9줄을 볼 힘이 없어질만큼 체력고갈도 심했던 2019 서일페 관람. 기대가 컸던 만큼 여러모로 아쉬웠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호크니전 대신 선택한 디즈니 에니메이션 특별전. 디즈니 작품을 거의 다 본 상태에서 이 전시를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수작업으로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던 <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

첫번째부터 크로키작업물, 디지털기술 도입 전 촬영도구, 동물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해부학 및 동물연구 중인 에니메이터

디즈니 단체샷. 이 사진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사진을 잘 보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사진촬영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굳이) 합성을 해주거나, 그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2일차 (책방, 문화공간)
책방투어 - 편집숍&복합문화공간

▶ 책방투어
 : 땡스북스 - 당안리책발전소(이전 중) - 북하우스 디어라이프 - 종이잡지클럽 (월요일 휴무) - Gaga77 
 ‌서울에 크고, 작은 독립서점들이 많이 생긱는 것을 보며 언젠가 한 번 꼭 책방투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규모는 작지만 책방마다 가지는 특색이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당안리책발전소는 합정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이전 중이었다 (이걸 모르고 1시간을 찾아 헤메임). 종이잡지클럽은 월요일 휴무. 책방은 대게 월요일에 휴무이니 다음에는 괜히 고생하지 말고 꼭 미리 오픈하는지 확인하고 가기.

 - 땡스북스는 책마다 고객들이 달아놓은 책 서평을 읽는 재미가 있었고,
- 북하우스 디어라이프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쾌적한 분위기에서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특히 복합공간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간이 넓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 ‌Gaga77이 이번에 들린 책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특유의 나무로 인테리어 된 분위기 속에서 음료 한 잔 마시며 있기에 딱이었다.

첫번째 사진부터 땡스북스 큐레이션, 북하우스 디어라이프 공간, Gaga77

▶ 편집숍&복합문화공간
 : 마음스튜디오(MCC, 합정) - 커먼그라운드(인덱스 서점) -  블루보틀 성수점 - OR.ER - 성수연방
 책방도 책방이지만 서울에만 밀집되어 있는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런 복합문화공간일 것이다. 특히 책방은 지방에도 점차 생기고 있는 추세이지만, 편집숍이나 크고작은 팝업공간을 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부산 서면의 카페들이 점차 전포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성수에 이런 공간‌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

‌- MMC는 모나미 볼펜 소품샵으로 기존에 볼 수 없는 모나미 볼펜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공간이 작고 조그마했다.
‌- 커먼그라운드는 일을 하며 수없이 참고자료로 첨부하던 행사장소였다. 매일 문서에 첨부하던 공간을 실제로 보게 되니 더욱 감격스러웠다. 내가 이곳에 간 이유는 < 인덱스 서점 > 때문이었는데, 인덱스 서점을 보고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입점한 가게들을 보고 내려오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는 이상 가게를 다 둘러보지 않고는 1층까지 내려올 수 없는 구조이긴 하다.
‌- 드디어 가본 블루보틀. 한국에 들어온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핫했다. 하지만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블루보틀 커피는 취향이 아닌걸로. 
‌- OR.ER은 성수에 위치한 작은 편집숍인데, 눈 돌아가게 만드는 상품들이 많았지만 가격을 확인한 후 구매욕구를 충분히 누를 수 있었다.
‌- 성수하면 성수연방. 막상 가면 크게 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 백화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물건과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파란 컨테이너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커먼그라운드와 그 안의 인덱스 서점. 그리고 성수연방 


‌3일차 (‌문화공간, 책방)
‌교보문고 합정점 - KT&G 상상마당 - 최안아책방

▶ 교보문고 합정점
  교보문고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는 나의 말에도 교보문고 합정점은 꼭 가봐야 한다는 친구말에 홀린듯 가본 곳이다. 이곳을 가봐야 하는 이유는 예술섹션 때문이라고 했다. 여타 교보문고들과 달리 이곳은 예술섹션이 아예 교보문고 반을 사용할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각종 미술도구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쉽게 확인하기도 어려운 디자인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친구의 말처럼 예술섹션 하나만으로 이곳에 가봐야 하는 모든 이유가 설명이 되는 느낌이었다.


▶ KT&G 상상마당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가게 된 KT&G 상상마당. 20살 때 처음으로 갔을 때는 1-2층 판매장만 구경하고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5층 전시까지 야무지게 둘러보고 나왔다. 20살 때 핫했던 KT&G 인근 상권이 많이 죽은 느낌이라 슬펐지만, 상상마당은 20살 그때처럼 변함 없어 사람들이 북적거려 좋았다.

▶ 최인아책방
  ‌이번 서울여행 때 동선이 애매해 가지 않으려다가 버스타기 전 시간이 될 것 같아 들리게 된 최인아 책방. 책방에 들어가기 전 굳게 닫힌 붉은 문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라 문을 열면 안되나 싶은 고민도 살짝 했었다. 그런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천장이 높아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책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옛날 유럽풍 건물 안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달까. 왜 여기서 많은 강연이 진행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첫번째 사진부터 공간의 반이 예술섹션인 교보문고 합정점, 상상마당 전시, 최인아 책방 


 적고 보니, 더운 여름날 이만큼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하나를 하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했는데, 나의 경우 여러 곳을 가보는 대신 먹는 것을 포기한 서울여행이었다. 나는 언제쯤 식도락 여행을 할 수 있을까.

‌ 이렇게 돌아다니고 왔음에도 내가 둘러본 곳이 고작 합정과 성수 일부라는 사실이 아쉽다. 아직 책갈피에 저장된 장소 반의 반도 못 지웠는데. 다음 서울투어는 어느 동네로 해볼까나. 역시 서울은 볼게 많아서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동네다. 그래서 서울에 살면 힘들 것 같다. 매일매일 보고 듣는게 많고, 직접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는데 안 가볼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 다음 서울여행 때는 시간을 조금 더 내 성수동을 넓게 둘러볼 수 있길 바라며. 2019 서울 힙 투어기는 여기서 끝!